티 명소 (48) 체코

‘보헤미안의 나라’ 체코

‘벨벳 혁명’으로 티 하우스가 탄생한 나라?!

체코의 보헤미아 지방에는 오래전부터 방랑자인 집시들이 많이 거주하여 사람들은 그 집시들을 ‘보헤미안(Bohemian)’으로 불렀다. 그러한 집시 문화도 있어 티 문화도 역사가 깊을 것으로 언뜻 생각되지만, 실은 19세기 후반까지 체코에는 티가 유입되지 않았다. 커피 하우스인 ‘카바르나(Kavárna)’는 프라하(Prague)에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티는 1848년에야 프라하에 도입된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수도인 프라하에 수많은 ‘차요브니(Čajovny)’(티 하우스)들이 들어선 것이다.

1968년에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커피 하우스는 여전히 유지되었던 반면, 티 하우스들은 하나둘씩 점차 사라져 갔다. 그런데 1989년 ‘벨벳혁명(Sametová revoluce)’을 통해 ‘피를 흘리지 않고 혁명’에 성공하면서 티 문화도 서서히 성장하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체코 전역에서 티 하우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프라하의 벨벳혁명이 ‘티(tea)’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어 티 애호가들에게는 흥미로움을 더해 준다.

히말라야 티베트의 티 문화? 이젠 ‘프라하’에서 만나요!

다람살라 티하우스

http://www.dharmasala.cz/wp/teahouse-dharmasala/

체코의 프라하에서 1817년 건설된 카를린(Karlín) 지역의 중심부를 여행하다 보면 보헤미아에서 시작된 의료 서비스 중심의 수도회 종단인 ‘붉은 별 십자가 기사단(Knights of the Cross with the Red Star)’의 장미 화원을 비롯해 ‘성 치릴로·메토디오 성당(Church of Saints Cyril and Methodius)’이나 ‘카를린 철도 다리(Karlín Railway Bridge)’ 등의 옛 건축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다람살라 티 하우스 입구, 야외 테라스 및 내부 전경

여행객들이 이런저런 명소들을 구경하다가 티 한잔하면서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커피 하우스나 티 하우스를 찾는 것이 좋다. 프라하에서는 커피 하우스나 티 하우스를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여행객이라면 좀 독특한 곳을 찾아 경험을 쌓아 볼 것을 권한다. 바로 험준한 히말라야 산지의 티베트 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람살라 티 하우스(Dharmasala Teahouse)’이다. 티 하우스의 이름인 ‘다람살라’는 인도 북서부 히마찰프라데시주(Himachal Pradesh) 서부의 히말라야 고지대 캉그라(Kangra) 계곡에 있는 도시로 티베트 망명 정부가 들어선 곳이다.

티 시음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티 하우스는 최고급 티와 히말라야 산맥의 티 문화를 융합시킨 곳이다. 고산 지대의 네팔, 다르질링 등 최고 등급의 티와 티베트의 일용 양식인 ‘참파(rtsam-pa)’, 버터 티인 수유차(酥油茶), 비건, 베지테리언을 위한 스낵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참파는 보리를 절구에 찢은 가루인데, 티베트 사람들은 이것을 소량의 티에 넣고 섞어서 먹는다. 경단으로 만든 것은 ‘팍(phag)’이라고 한다. 이 티 하우스는 현재 화요일~금요일 오후 3시~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특히 하절기에는 오후 6시 30분부터 가든에서 열리는 티 시음회에 참관하여 네팔, 다르질링 산지의 티 12~16종류를 시음할 수도 있다.

티베트 요리와 티베트 흑차

티 애호가라면 히말라야 최고급 티와 함께 험준한 티베트의 티 문화를 고단한 발품이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이곳을 아마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다!

체코의 근대 티 하우스 시초,

도브라 차요브나

https://www.dobratea.eu/our-history/
www.cajovna.cz

도브라 차요브나 입구 및 내부

체코에는 공산정권의 붕괴를 촉발한 ‘벨벳혁명’이 실은 ‘티(tea)’로 촉발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티 파티(Tea Party)’ 사건이 미국의 독립 전쟁을 촉발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지만, 체코에서 ‘티 혁명’으로 공산정권이 붕괴되었다는 이야기는 낯설 수도 있다.

1980년대 후반 당시 체코슬로바키아는 외환이 부족한 상태로 일부 청년 티 애호가 그룹이 티를 밀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 고품질의 티들은 정치인, 관료, 군인 등 일부 엘리트 계층에게만 독점 거래되면서 이것이 빌미가 된 결과,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벨벳혁명이 일어나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하였다는 것이다.

도브라 차요브나 내부 전경

그 뒤 1992년 ‘티애호가협회’가 결성되었고, 이듬해 근대 티 하우스의 시초로서 ‘보헤미안풍의 티 룸’이 수도 프라하에 생겼다. 이것이 알레시 주리나(Aleš Juřina)가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Wenceslas Square)에 개업한 티 하우스인 ‘도브라 차요브나(Dobrá Čajovna)’이다. 체코어로 차요브나는 ‘티 룸’이라는 뜻이다. 도브라 차요브나는 체코 근대 ‘티 하우스의 시초’로 평가를 받는다.

한편, 벨벳혁명이 ‘티 혁명’이고, 그것이 ‘정권 붕괴’로 이어졌으며, 그로 탄생한 것이 ‘도브라 차요브나’라는 점에서 실로 역사적인 티 명소가 아닐 수 없다.

도브라 차요브나의 티

이곳에서 선보이는 티들은 티 전문가들이 전 세계 수백여 개의 티 가공공장, 야생 다원, 그리고 세계 티 산지의 티 마스터들을 직접 일일이 방문하여 만나 품질을 관리하여 티의 품질도 최상을 자랑하고 있다.

보헤미안의 땅, 체코를 방문한다면 수도 프라하의 이곳 티 하우스에 들러 티 한 잔에 당시 격동적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잠시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프라하에서 ‘티 마스터’와 함께하는

빌리 제라프 티룸

http://archiv.bily-jerab.cz/en/

빌리 제라프 티룸 정문 및 실내 전경

프라하에는 체코의 슈마바산맥(Šumava Mt.)에서 발원한 블타바강(Vltava River)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있다. 이 강은 체코에서도 가장 긴 강으로서 독일의 엘베강으로 이어져 함부르크에서 북해와 만난다. 이 강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프라하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스미호프(Smíchov) 지역의 쇼핑센터, ‘킨스키 정원(Kinsky Garden)’을 볼 수 있다. 영국식으로 조성된 이 정원에는 그리스 정교회와 함께 그림 같은 조경으로 풍광이 아름답고 조용하여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여행객이 잠시 티 한잔이 당긴다면 티 전문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티 하우스를 소개한다. ‘빌리 제라프 티룸(Bílý jeřáb tearoom)’이다.

비건 베지터리언 티 푸드

2004년에 티 전문가인 ‘티 마스터(tea master)’가 첫 문을 연 티하우스는 실내 장식도 ‘올해의 숍’을 수상할 정도로 프라하 최고의 수준일 뿐만 아니라 프라하에서는 보기 드물게 ‘티 마스터’가 운영하여 체코에서도 톱 수준의 티와 함께 티 푸드들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제 비건, 베지테리언 푸드는 이 티 하우스가 내거는 메뉴이기도 하다.

티 테이스팅 교육

티 하우스에서는 티 테이스팅을 비롯하여 다양한 티 액세서리들을 구입할 수 있고, 또한 티의 대중화를 위한 교육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총 8명의 티 전문가들이 교육을 진행하며, 특히 호스피탈러티 업계에서 미식과 제공되는 ‘티 메뉴’의 창조를 위한 트레이닝이나 ‘티 케이터링(Tea catering)’ 사업도 함께 진행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곳에서는 티의 향미와 함께 티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소개하여 티를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을 최상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티 서비스

세련된 디자인의 티 룸에서 티 전문가들이 엄선한 전 세계의 최고급 티들을 매우 다양한 종류로 즐겨 보라! 프라하를 여행하다 지친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티 한 잔을 마시면서 몸에 원기를 회복하고 마음에 여유를 되찾은 뒤 다시 길을 떠나도 좋을 것이다.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블로그에서 더 알아보기

최신 글을 이메일로 받으려면 구독하세요.